채용·인사 자문회사 로버트하프(Robert Half)가 2026년 4월 미국 채용담당자 2,000여 명에게 물은 결과, AI를 이유로 특정 직무를 없앴던 응답자 가운데 32%는 시간이 지나 결국 같은 일 또는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을 다시 뽑았습니다. 업종을 나눠 보면 금융권 응답자의 44%가 이렇게 답해 가장 비율이 높았고, 인사팀(HR)이 35%, 기술 부서가 32%로 뒤따랐습니다. 야후 파이낸스와 CNBC가 나란히 7월 초 이 결과를 전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원래 이 글을 처음 올린 날짜는 2026년 8월 3일입니다. 그로부터 약 7주가 지나는 동안에도 비슷한 주제의 조사와 발표가 잇달아 나와, 2026년 9월 20일을 기준으로 새로 확인한 내용을 추가해 다시 정리해봤습니다. 9월 9일에는 가트너가 새로운 전망치를 내놓았고, 8월 18일에는 한국은행이 국내 청년 고용과 AI의 관계를 다룬 자료를 발표해, 그동안 미국 사례 위주였던 이야기에 국내 데이터를 얹을 수 있게 됐습니다.

로버트하프·오르그뷰가 확인한 재고용 흐름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오르그뷰(Orgvue) 설문에서도 같은 그림이 확인됩니다. 조직 설계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이 업체가 각국 C레벨 임원과 고위 관리자를 상대로 물었더니, 39%가 “AI를 도입하면서 사람을 줄였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후 TechRepublic이 전한 세부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 중 55%는 너무 이르게 내린 결정이었다고 스스로 자인했으며, 별개로 34% 응답자는 AI 전환 뒤 소속 직원이 먼저 사표를 던진 경험까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세부 수치가 하나 더 있는데, 감원을 실행한 기업 가운데 23%는 업무를 세부 과제 단위로 쪼개 보지 않고 “이 정도는 AI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뭉뚱그린 짐작만으로 사람부터 내보냈다고 답했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직무 안에는 반복적이라 기계로 넘길 수 있는 일과, 판단이나 협업이 얽혀 있어 사람이 남아야 하는 일이 섞여 있기 마련인데, 이 구분을 건너뛰고 직무 전체를 없앤 경우일수록 나중에 재고용으로 되돌아왔다는 설명입니다.
같은 조사에서는 “결국 AI가 사람 일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되리라”고 답한 비율도 물었는데, 48%로 나타나 1년 전 같은 조사(54%)보다 낮아졌습니다. 도입 초반의 낙관적 기대가 실제로 써 본 뒤 다소 누그러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참고할 만한 세 번째 조사도 있습니다. 인사 컨설팅업체 커리어마인즈(Careerminds)는 2026년 2월, 지난 1년 안에 감원을 진행한 적 있는 HR 담당자 600명을 별도로 설문했습니다. 그 결과 35.6%는 줄였던 자리의 절반 이상을 이미 다시 채웠다고 답했고, 32.7%는 25~50% 수준을 재채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재채용 시점도 빨라서 절반이 넘는 52.1%가 6개월 이내, 17.8%는 3개월 이내에 이미 다시 뽑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이 설문에 참여한 담당자의 90%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감원을 다른 방식으로 결정했을 것”이라고 답했다는 대목입니다. 조사기관과 응답 집단이 전혀 다른 세 건의 설문이 비슷한 결론으로 모인다는 사실은, 이 흐름이 특정 기관 한 곳의 일회성 수치가 아니라는 근거가 됩니다.
사람이 다시 필요해진 배경
보도마다 공통으로 짚는 원인은 일한 내용이 맞는지 마지막에 들여다보는 감독·품질관리 역할입니다. 정해진 절차를 반복하는 업무는 AI가 빠르게 처리했지만, 그 결과가 맞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책임지는 몫까지 넘겨받지는 못했다는 것입니다. 고객이나 동료를 상대하는 일, 상황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지는 일일수록 AI 혼자서는 메우기 힘든 틈이 크게 남았다는 분석도 여러 매체에서 되풀이됩니다.

포드·커먼웰스은행·IBM, 세 기업이 남긴 공백
포브스는 7월 26일 자동차 회사 포드(Ford) 사례를 자세히 다뤘습니다. 조립 라인에 들여온 AI 검수 프로그램과 카메라 자동검사만으로는 불량품을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었고, 이 때문에 지난 3년 동안 경력 많은 엔지니어들을 순차적으로 다시 불러들였다는 내용입니다. 정확한 재고용 인원은 매체별로 갈립니다. 포브스 기사는 ‘300명 이상’이라 적었고, Repairer Driven News를 포함한 여러 매체는 ‘350명’이라는 숫자를 썼습니다. 숫자에는 편차가 있지만 대략 300명대 후반이라는 점은 공통적입니다.
호주에서는 은행권 사례가 눈에 띕니다. 커먼웰스은행(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이 상담용 AI 챗봇을 들여오면서 콜센터 인원 45명가량을 줄였는데, 노동조합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실제 상담 전화량까지 늘어나자 결정을 접고 원래대로 돌아갔습니다. 방향은 다르지만 IBM 역시 눈길을 끈 사례입니다. 인사 업무의 94%가량을 AI로 처리하도록 자동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남은 6%는 윤리적으로 민감한 판단이 필요해 기계에 맡길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 대신 2026년 미국 내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종전의 세 배 수준으로 키우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은 Inc.가 보도했습니다.

세 회사의 공통점은, AI가 아예 쓸모없었다는 뜻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정형화된 반복 작업 상당수는 실제로 AI가 잘 맡아 처리했습니다. 다만 그 밖에 남아 있던 소수의 예외적 상황, 곧 최종 판단·감독·사람 사이의 관계 조율이 필요한 몫을 처음부터 너무 가볍게 보고 인력부터 정리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국외에서는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나(Klarna)가 2024년에 AI 챗봇 하나로 상담원 700명분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가, 2025년 들어 응대 품질 불만이 쌓이자 사람을 다시 뽑아 지금은 단순 문의는 AI가, 복잡한 상담은 사람이 나눠 맡는 혼합 방식으로 운영 중인 사례가 이보다 앞선 선례로 자주 거론됩니다.

최신 업데이트: 가트너의 두 전망과 한국의 청년고용 데이터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지난 2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콜센터·고객지원 인력을 AI 때문에 줄인 회사 중 절반가량은 2027년이 되기 전에 직함만 바뀐 채 실질적으로 비슷한 업무를 맡을 사람을 다시 뽑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 예측의 근거가 된 2025년 10월 설문(고객지원 부문 책임자 321명 대상)을 뜯어보면, AI가 원인이 돼 상담 인력을 실제로 축소했다고 밝힌 곳은 전체의 20%뿐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AI가 촉발한 인력 축소 자체가 소문만큼 널리 퍼진 현상은 아니었다는 뜻도 함께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 9일, 가트너는 “Gartner Identifies 4 Shifts Shaping the Future of Work”라는 제목으로 새 보도자료를 하나 더 냈습니다. 이번에는 대상을 콜센터로 한정하지 않고 전체 업종으로 넓혀, 2029년까지 AI로 대체돼 잘려나간 인력의 30%가 결국 다시 채용될 것이라는 새로운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담당 애널리스트 토리 폴먼(Tori Paulman)은 초기 AI 도입기 기업들의 가장 큰 착각이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은 데 있었고, 진짜 기회는 사람의 역량을 AI로 키우는 데 있었다는 취지로 짚으며, 모든 일을 자동화하고 모든 결정을 AI에 맡기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2월 수치(콜센터 한정·2027년·기업의 절반)와 9월 수치(전 업종·2029년·인력의 30%)는 조사 범위와 시점 자체가 다르므로, 뒤의 것이 앞의 것을 대체한 ‘업데이트판 숫자’라고 보기는 어렵고 서로 별개의 지표로 나란히 참고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행이 8월에 내놓은 데이터
여기까지는 대부분 미국·호주·유럽 기업 이야기였습니다. 국내 사정은 다를까요.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이 8월 18일 펴낸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 보고서를 보면, 2022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 4년 사이 15~29세 청년층 일자리가 28만5천 개 줄었는데, 이 감소분의 94.0%인 26만8천 개가 AI에 많이 노출된 업종에서 발생했습니다. 특히 정보서비스업은 같은 기간 청년 취업자가 31.4%나 빠져 낙폭이 가장 컸습니다.
주목할 점은 한국은행이 이 숫자를 곧바로 “AI 탓에 청년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결론으로 잇는 데 스스로 선을 그었다는 사실입니다. 팬데믹 기간의 과잉 채용이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흐름, 경력직 위주로 바뀐 채용 관행, 신입 대상 사내 교육이 예전보다 약해진 점, 재택근무 확산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입니다. 앞서 살펴본 미국 쪽 통계와 마찬가지로, 국내 데이터 또한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청년 채용이 줄고 있다”는 상관관계는 분명히 보여주지만, 그 원인 전부를 AI 하나로 단정 짓기에는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판단 프레임워크: 이 통계를 볼 때 확인할 3가지
AI 감원·재고용을 다루는 글마다 매번 새로운 숫자가 등장해서 헷갈릴 수 있습니다. 아래 세 가지 질문만 던져 봐도 숫자에 휘둘리지 않고 전체 흐름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 과거 사실인가, 미래 전망인가 — 로버트하프·오르그뷰·커리어마인즈 수치는 이미 일어난 일을 물어본 결과이고, 가트너의 30%·50% 수치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예측 모델입니다. 두 층위를 같은 선에 놓고 비교하면 혼란만 커집니다.
- 완전히 같은 자리인가, 이름만 바뀐 자리인가 — 가트너가 쓴 ‘이름은 바뀌어도 비슷한 업무’라는 표현처럼, 상담원이 ‘솔루션 컨설턴트’ 같은 새 명칭을 달고 돌아오는 경우까지 재고용 통계에 잡히기도 합니다. 그만큼 순수하게 원래 직무 그대로 재채용되는 것보다 넓은 범위로 집계될 여지가 있습니다.
- 표본이 어느 나라·업종인가 — 여기 소개한 수치 대부분은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은행 자료처럼 국내 데이터가 나오더라도, 그 기관이 스스로 어떤 단서를 달아놨는지 먼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감원했던 기업의 32%가 정말 다시 채용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로버트하프가 2026년 4월 미국 채용담당자 2,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가 그렇습니다. 응답자 스스로 밝힌 내용을 모은 설문이라 국가 전체를 전수 조사한 통계는 아니지만, 조사기관도 대상도 다른 오르그뷰(39%가 감원, 그중 55%가 후회)나 커리어마인즈(35.6%가 절반 넘게 재고용) 설문에서도 방향이 같은 결과가 반복해서 나왔다는 점이 이 흐름의 신뢰도를 뒷받침합니다.
Q. 가트너가 말한 30%(2029년)와 50%(2027년), 어느 쪽이 더 최근 수치인가요?
A. 발표 시점만 보면 9월 9일에 나온 30%·2029년 예측이 더 나중 자료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업종 전체의 AI 관련 감원을 아우른 것이고, 50%·2027년 예측은 콜센터·고객지원 인력에만 한정된 것이어서 조사 대상 자체가 다릅니다. 그러니 “30%가 기존 50%를 갱신한 새 숫자”로 보기보다는, 서로 다른 두 지표로 각각 참고하는 쪽이 맞습니다.
Q. 이 수치들을 한국 상황에 그대로 대입해도 될까요?
A. 곧바로 대입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서 소개한 미국·호주 사례는 실제 감원과 재고용까지 이어진 개별 기업의 경험담인 반면, 한국은행 자료는 AI 노출 업종에서 청년 일자리가 줄었다는 상관관계까지만 보여줄 뿐 재고용 여부는 다루지 않았고, 한국은행 스스로도 다른 변수가 섞여 있을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Q. AI로 부수입이나 프리랜서 일을 하는 분이라면 이 흐름에서 뭘 챙기면 좋을까요?
A. 기업들이 값을 치르고 되찾아온 자리 대부분이 최종 검수·판단·사람 관계를 다루는 역할이라는 점은 참고할 만합니다. AI가 뽑아낸 결과물을 그냥 넘기기보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다듬는 과정까지 함께 보여줄 수 있다면 그 차이가 실질적인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지금까지 나온 조사들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경향일 뿐, 특정 소득이나 몸값 상승을 보장하는 근거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시사점: AI 시대에 개인이 챙겨야 할 것
이번 내용을 이 블로그 독자 입장에서 풀어보면 뜻하는 바가 비교적 뚜렷합니다. AI가 내놓은 결과를 그대로 옮기기만 하는 쪽보다, 그 결과를 다시 확인하고 마무리 판단까지 얹을 수 있는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다뤘던 업워크의 ‘판단력 프리미엄’ 리포트 역시 이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 조사에서는 AI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프리랜서 쪽 시급이, 그런 일을 맡지 않는 쪽에 견줘 34%포인트가량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번에 살펴본 기업 쪽 조사들은 그 격차가 왜 벌어지는지를 반대편, 즉 채용하는 기업 입장에서 다시 뒷받침해준 자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AI 도구로 부수입을 만들거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면, 초안이나 반복 작업은 AI에 맡기더라도 사실 확인·마지막 편집·품질 점검만큼은 사람이 맡는 역할 구분을 미리 정해두는 방법을 시도해볼 만합니다. 이번에 살펴본 여러 감원·재고용 사례들이 하나같이 알려주는 원리, 즉 AI가 자료를 그러모으고 초안을 완성해도 마지막 확인만큼은 사람 손에 남는다는 원리가 콘텐츠 작업 쪽에서도 똑같이 성립한다는 사실입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AI를 들여오는 실험 자체가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 몫과 기계 몫을 가르는 경계선이 처음 그렸던 그림보다 한층 세밀하게 다시 그어지는 중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부수입이나 프리랜서 일로 AI를 쓰려는 입장이라면, 도구를 능숙히 쓰는 것 못지않게 그 산출물을 얼마나 촘촘히 검토하고 매만질 수 있느냐가 앞으로 승부처가 될 공산이 큽니다.
이서준입니다. 오늘(2026년 9월 20일) 가트너 뉴스룸 페이지(gartner.com/en/newsroom, 2026-09-09자 ‘Gartner Identifies 4 Shifts Shaping the Future of Work’ 보도자료)에 직접 접속해, 이 글 원문이 인용했던 지난 2월 발표(콜센터 감원 기업 절반이 2027년까지 재고용)와는 별개로 ‘2029년까지 AI 감원 인력의 30%가 재고용될 것’이라는 더 넓은 범위의 신규 전망이 9월 9일자로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두 전망이 서로 다른 표현이라는 점까지 확인한 뒤 이번 업데이트에 반영했습니다. 놓친 부분이나 고칠 점을 보시면 연락처를 통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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